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묘한 사람이었다. 나는, 사실은 아주 오랫동안 그를 반대해온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어떤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내 생각엔,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건이었다. 노란 물결. 정말로 진짜로 '우리가 뽑는' 대통령. '귀 기울일' 대통령. 그런 것. 그게 실제 노무현인지 아닌지 저들은 제대로 알아보긴 한 걸까. 나는 그때 (사실 존내 어렸지만..) 노무현이 못 미더웠고 그의 측근들이 못 미더웠기에(학벌때문이 아니라, 처세술과 능력 같은 측면에서) 그의 득세가, 노란 풍선의 물결이 참 싫었다. "뭔 팬클럽도 아니고. 노란 풍선 보아꺼야." 라는 어이없는 말을 꽤 오래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나는 여전히, 그 노란 풍선 속에서 연예인 팬클럽 같다는 느낌을 없지않아 받는다.
노무현에대한 많은 편견은 머리가 자라면서 좀 없어졌지만, 그 때에도 역시 나는 그를 반대하는 입장에 있었다. 이런 국상의 날에, 긴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그의 방식이 파괴적이라 생각했고, 그는 '그만은 다를 것이다' 라고 그를 지지했던 사람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졌다. 물론 진정으로 '파괴적인 방식'이 무엇인지 깨달은 지금, 그는 그의 위치에 있어서는 최선까진 아니라도 차차선까지는 다한 것임을 안다. (애초에 나는 너무나도 좌파적인 사람이라 정부를 좋아하기가 쉽지 않으니..)
그런 그의 상징성은 추락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존나 못된놈이 착한 짓 한번 하면 착한놈이고, 착한 놈이 못된 짓 한번 하면 더이상 착한놈이 아니다. 어떤 맨슨닮은 놈이 전과 14범인건 별 상관이 없다.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한건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선비의, 가치는 완연히 부서졌고, 그는 이런 글을 썼다.
"이상 더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습니다.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적어도 한 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적어도 한 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는 더이상 상징이 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서거.
그냥. 나는 애초부터 그를 상징이라서 싫어했고 다른사람들은 그를 상징이라서 좋아했다.
물론 그의 진정한 내면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상징이었다.
그냥, 그 어깨에 올려진 짐들이 도대체 어떠하였는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부디 안녕히.
하지만 그가 과연 지하에서 편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정 안 편하면 뇌락이라도 내려주시면 차라리 좋겠다. 그런데 번개로 어떤 쥐가 죽은들 이 나라엔 과연 희망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희망의 상징이 스스로 죽었는데.
죽은 뒤에서도 그를 상징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나를 그가 용서했으면 좋겠다.
그냥, 망각의 강을 건너 평온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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